정치가 스포츠 게임처럼 가벼워졌다는 것

이상하게 이번 선거 결과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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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정의연구원 김미영 원장이 2016년 4월 14일 뉴데일리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뉴데일리 기사 링크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한 대통령의 레임덕은 없을 것으로 본다. 대통령이 어떤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도 국회선진화법의 바에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어쩌면 처음부터 레임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걸음을 어색하게 걸으며 임기를 마칠 것이다.

야당이 분열된 마당에 어부지리로 180석 이상을 얻어 국회선진화법을 폐기할 생각을 했을 대통령의 꿈이 무너진 것이 이번 선거에서 읽히는 의미 있는 현상일 뿐이다. 임기 2년을 앞둔 상황에서 개혁의 시동을 다시 걸겠다는 박대통령의 꿈은 깨졌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바로 “이 꿈” 이다. 이 꿈이 절실한 것은 안다. 그러나 이 꿈을 이루려면 대통령의 품은 훨씬 넓었어야 한다. 김무성 유승민도 아우를 수 있었어야 한다. 대통령의 속좁음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이렇게까지 무너진 것은 역시 김무성 대표의 책임이다. 유승민 이재오를 살리기 위해서 무공천 결정을 내린 것은 당과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면서 몇 후보의 헌법적 권리인 피선거권을 개인이 임의로 제한한 불법행위다. 선거 참패의 원인을 찾을 때 이 사건을 축소해석하려는 언론의 노력은 눈물겹다. 김무성 대표를 노골적으로 편들어온 언론의 제발저림일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는 스포츠 게임처럼 가볍게 여겨졌다는 것이다.

꼭 어떤 당에 누가 이겨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사실상 국회를 화백회의처럼 만들어버렸다. 그 법안을 제출했던 황우여 의원이 낙선했고 그 법의 폐해를 예측 못하고 동조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 대가를 톡톡이 치르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누가 국회의원이 돼도 민감한 쟁점을 포함한 법은 쉽게 통과될 수 없게 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정치가 주는 기대는 크지 않다. 그래서 정치가 진지한 것이 아니라 스포츠 게임처럼 가벼워지는 것이다. 어쩌면 국회선진화법의 최대 피해자는 국회와 의회정치일지도 모른다.

요는 여전히 대통령의 역할은 중요하다. 대통령은 더 이상 크고 작은 민생 경제 정책이 국회선진화법의 바에 걸린다고 해서 발을 동동거릴 필요 없이 이 시대에 박근혜라는 인물이 감당해야 했던 큰 사명에 대해 더 집중했으면 한다. 이미 국회와는 상관 없이 이룬 통합진보당 해산과 종북 척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미일 동맹강화 등 통일로 가는 묵직묵직한 과제를 잘 다뤄오셨다.

여야 어느쪽도 사익을 위해 흔들 수 없는 거대 이슈를 챙기며 민생과 경제문제는 국회 차원에서 더 원활하게 협의하고 결론낼 수 있도록 독려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실패하지 않고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의 무력화를 통한 개혁 드라이브라는 대통령의 꿈이 이번 선거를 통해 좌절된 것을 빼면 이번 선거는 의미가 풍성하다. 작은 자아를 가진 작은 지도자들은 대통령 후보조차 될 수 없다는 것, 지역구도의 의미가 현격하게 축소된 것,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것 등등.

언제나 그렇지만 선거 결과를 통해서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현명한지 놀랍고, 마치 이 나라를 지휘하는 위대한 지휘자라도 있는 것처럼 새로운 희망이 열린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교훈은 속좁고 시야좁고 소아병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넓게 보고 크게 아우르고 멀리 내다보는 지도자를 대망하게 된 것이다.

그가 누구일까? 이제 진짜 통일대통령이 등장하게 될 듯하다. 그래서 이상하게 이번 선거 결과가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