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이 여전히 함정인 까닭

核 카드로 얻어내는 평화협정은 대한민국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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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정의연구원 김미영 원장이 2016년 4월 28일 뉴데일리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뉴데일리 기사 링크

다시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1980년대 주체사상파 운동권 지하문건을 통해 새어나오기 시작했던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는,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재임기를 거치면서 공론화되기에 이르렀고, 최근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하여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도 해법으로써 언급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몇몇 좌파 단체나 요사이는 제도권 언론에서조차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두 말할 것이 없다.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마땅히 ‘주체’, 즉 협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일 평화협정이 1953년 7월 27일 조인된 휴전협정 체제의 종식과 그 연장선상에서 체결되는 것이라면 당시의 조약 당사자에 우리 정부는 빠져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매우 중대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원수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팽덕회,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미국 륙군 대장 마-크 더불유. 클라크’ 세 사람의 서명, 그리고 참석자라는 이름으로 ‘조선인민군 및 중국인민지원군 대표단 수석 대표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 국제련합군 대표단 수석 대표 미국 륙군 중장 윌리암 케이. 해리슨’이 연서되어 있다. 말하자면 휴전협정이란 정식 명칭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인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휴전협정에 반대했다. 유엔군 사령관이 사실상 우리 군의 지휘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이 협정에 우리 정부가 자각적으로 반대했다는 사실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만일 다시 휴전협정의 종결과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국면으로 갈 때 우리는 미국을 대리자로 내세워 뒷짐을 지고 이 국면을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 중국 북한 3자가 모여 평화협정 국면을 열어간다고 할 때 우리의 입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는 한국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평화협정 논의가 북한의 핵도발과 이 문제를 해결하는 선상에서 벌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국제사회를 향해 벼랑끝전략(brinkmanship)이라는 단어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강력한 카드로 제5차 핵실험까지 들고 나왔다. 이것은 단지 협박용이 아니라, 체제보장과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노리는 비장의 카드일 수 있다.

미리 결론을 말해야겠다. 한반도 평화협정이 궁극적으로 1950년 6.25전쟁의 ‘승자’를 가리지 않고 진행될 때 대한민국의 재앙으로 도래할 수 있다. 만일 핵 카드로 미국에 맞서 얻어내는 평화협정이라면 궁극적으로 북한을 이 전쟁의 승리자로 확정해 주는 협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1953년의 휴전협정은 당시 많은 현실적인 문제를 접어둔 채 체결되었다. 미국은 수만의 젊은이들의 희생을 통해 겨우 포로의 ‘자유의사’를 묻는 절차를 거친 송환 합의를 이끌어냈을 뿐, 포로협상만으로도 지쳐 민간인 납북자나 고향으로 돌아가기 원하는 실향사민,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권문제는 논의조차 변죽을 울리는 수준에 그치고 휴전협정을 맺었다.

만일 그로부터 63년이 지난 지금도 승패를 가리지 않고 종결되는 휴전협정과 새로운 평화협정으로의 이행이라면 당시의 유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전쟁 도발자를 사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로써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있어 대한민국의 위상 추락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대만과 같이 중국과 북한의 속국 아닌 속국의 지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 잠들어 있을 때 다시 한 번 ‘주권’이 도둑질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금번 북한이 SLBM 수중 발사실험을 실시한 것은 이러한 미래상에 대한 하나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어서 결국 제5차 핵실험을 결행했을 때 국제사회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무력감의 표시로 평화협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역시 북한의 핵무장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여기에 동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해 미국 입장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저하된다고 할 때 미국과 북한간의 평화협정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더욱이 2018년 한국의 새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의 노선을 잇는 대북정책을 추구하게 된다면 미북평화협정을 지원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미북평화협정이란 결국 북한 핵의 현상유지를 명분으로 북핵 용인, 북한 체제 보장, 그리고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 정권의 강화와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이 시나리오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질문은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도 괜찮은가이다! 앞에서 말했듯 대한민국의 지위가 현재의 대만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 괜찮은가이다. 지금의 대만이란 중국의 강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 아래서 모든 국가정책이 수행되고 또한 중국의 명시적 묵시적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미군의 군사지원으로 형해화된 독립을 유지하는 국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휴전협정 당사자가 아니었던 것은 한반도 운명의 방관자였던 까닭이 아니었다. 당시 이승만은 한반도 전체의 자유화를 원했고 분단을 반대했던 것이다. 지금도 이 입장은 반드시 고수되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땅도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대한민국 헌법 아래 통일되는 진정한 통일, 진정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북한의 싸구려 핵으로 굴복하는 굴종적 통일이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명백히 말하건대 평화협정 논의를 공식 석상에 끌어들이는 것은 1950년 전쟁에 대한 공식적 패배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북핵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단계로서 중국은 북핵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북핵 문제를 조장해온 지원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 무역의 90%, 식량 수입의 50%, 석유공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제4차 핵실험 관련 안보리 결의 등 북한의 도발관련 수많은 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사실상 효과가 없다.

미국과 중국의 양다리 외교라는 저차원의 외교 전략을 버리고 한미동맹의 재건과 한미일 협력체제 활성화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할 때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체제란 ‘사교’ 수준의 의미가 아니다. 조속한 사드 배치와 같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희생 없는 안보, 무임승차를 좋아하는 안일한 안보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요컨대 우리 정부가 휴전협정에 단호히 반대했던 정신! 북한도 자유 와 인권, 번영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견지해야 할 방향성이다. 지금의 북한 체제가 보장되고, 지금의 북한 정권이 유지되는 한 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대한민국은 한반도 운명의 주도자, 승리자이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고 해서 굽신대는 불쌍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 지금의 대통령도 다음의 대통령도,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가 기억해야 할 절체절명의 사실이다.